환경부-기상청, 온실가스 방치하면 21세기 말 강원도서 ‘귤’ 재배가능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세기 말에는 현재보다 벚꽃의 개화시기가 11.2일 빨라지며 사과의 재배 적지는 없어지고,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등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이하 보고서)’을 28일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 1056편,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881편 등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발표된 총 19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의 연구결과를 분석·평가해 한국 기후변화 연구동향과 전망을 집대성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세부 분야별 전문가 총 120명이 참여했으며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기상청, 워킹그룹1)’,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환경부, 워킹그룹2)’으로 구분해 발간했다.

보고서는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관측·예측·영향·적응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발간한 기후변화 백서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0’,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이어 세 번째로 발간하는 것이다.

각 분야별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보고서 내 연구의 신뢰도를 견고한 동의, 중간적 동의, 제한적 동의 3단계로 평가해 제시했다.

먼저 ‘견고한 동의’는 관련 분야 논문의 수가 어느 정도 되고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 없이 일치되는 경우, 혹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중간적 동의’는 논문의 수가 어느 정도 되지만, 소수의견 등으로 증거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소수이지만 다른 의견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제한적 동의’는 논문의 수가 아주 적거나 논문의 내용 혹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달라서 신뢰도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의미한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워킹그룹1)’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전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지난 1880~2012년 0.85℃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약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2071∼2100년)에는 온실가스 대표농도경로(RCP) 4.5의 경우 2.9℃, 대표농도경로(RCP) 8.5의 경우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1912~2017년 연평균 강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여름철 강수량 증가 경향이 뚜렷한(+11.6mm/10년) 반면, 가을과 봄철 및 겨울철은 그 변화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 주변 해양 표면수온은 지난 30년(1984∼2013년) 동안 연간 0.024℃ 상승하고 해수면은 지난 29년(1989∼2017년) 동안 연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워킹그룹2)’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 분포와 종 변화, 재배작물의 변화, 질병발생 증가 등 사회 전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RCP 8.5), 벚꽃의 개화시기는 오는 2090년에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며 소나무숲은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1세기 말 우리나라의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의 재배 적지는 없어지나,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크게 증가하며 온도상승에 따라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보고서는 물관리, 생태계, 농수산, 건강, 산업 등 사회 전부문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 올해 하반기에 수립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을 비롯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각 분야의 적응정책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2022년 발간 예정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기후변화를 기술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현상들의 원인과 특성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과학적 근거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보고서 발간기념 정책소통 행사를 갖고 향후 기후변화 연구 및 정책 추진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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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