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굿즈 불모지 북미, ‘검증된 단행본’이 돌파구… BL 장르서 성과
태피툰, ‘단행본-굿즈’ 시너지 효과… 1년 새 굿즈 매출 5.8배 껑충

북미 웹툰 시장이 2024년 이후 단순 트래픽 경쟁을 넘어 ‘IP 소장’ 중심의 소비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Tappytoon)은 영미권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영문 단행본 유통과 자체 굿즈숍 ‘클럽젬(Club JEM)’을 연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자층이 두터운 BL(Boy’s Love) 장르를 중심으로 단행본 발매 시기에 맞춰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는 전략이 성과를 거두며, 론칭 1년 만에 월 매출이 5.8배 급증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 굿즈 불모지 북미, ‘검증된 단행본’이 곧 기회
국내 웹툰 시장은 K팝 팬덤 문화의 영향으로 굿즈 사업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네이버웹툰브랜드 스토어의 2024년 상반기 굿즈 매출은 전년 대비 700% 증가했고, 키다리스튜디오의 MD 사업도 성장세다. 반면 미국은 인쇄 만화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실물 단행본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현지 독자에게 익숙한 단행본을 굿즈 소비의 매개체로 활용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커머스로 연결하는 전략이 북미 공략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 성숙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이 ‘가비지타임’, ‘마루는 강쥐’ 등의 사례처럼 웹툰 IP를 굿즈, 팝업스토어 등으로 확장하는 단계라면 북미는 웹툰 감상 후 단행본을 소장하는 패턴이 주류다. 실물 단행본이 팬심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굿즈 경험을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 파트너십 확대로 유통망 확보… BL 장르 성과 뚜렷
태피툰은 검증된 인기 IP를 앞세워 현지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2023년 펭귄랜덤하우스와 계약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북미 최대 독립 만화 출판사인 세븐시즈 엔터테인먼트(Seven Seas Entertainment)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로맨스 판타지부터 BL(Boy’s Love)까지 다양한 장르의 라인업을 확보했다.
성과는 구독자 충성도가 높은 BL 장르에서 두드러졌다. ‘겨울 지나 벚꽃(Cherry Blossoms After Winter)’은 지난 11월 아마존 ‘야오이(Yaoi)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현재 4권까지 출간됐고, ‘웻샌드(Wet Sand)’ 역시 17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출간된 ‘디어 도어(DEAR. DOOR)’는 8위를 기록하며 현지 팬덤의 관심을 입증했다. 태피툰의 IP 큐레이션 역량과 현지 파트너사의 편집 역량이 시너지를 낸 결과다.
단행본의 인기는 오프라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태피툰은 지난 8월 열린 ‘애니메 NYC 2025(Anime NYC2025)’에서 펭귄랜덤하우스 산하 웹툰 레이블 ‘잉크로어(Inklore)’와 ‘킹스메이커(King’s Maker)’ 영문판을 선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현장에 마련된 굿즈숍 ‘클럽젬’ 부스에서는 ‘킹스메이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The Broken Ring: This Marriage Will Fail Anyway)’, ‘웻샌드’ 등 주요 인기작의 한정판 굿즈가 연계 판매되며 호응을 얻었다.
◇ 굿즈숍, 1년 새 월 매출 5.8배… ‘단행본+굿즈’ 시너지 통했다
콘텐츠퍼스트(태피툰 운영사)의 출판과 굿즈 연계 전략은 실질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BL 웹툰 ‘디어 도어’ 영어 단행본 출간 시점에 맞춰 북커버, 북마크, 스티커 등으로 구성된 한정판 굿즈 패키지를 ‘클럽젬’에 출시하자 준비된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단행본 출시에 따른 화제성이 굿즈 구매로 이어진 사례다. ‘클럽젬’은 글로벌 웹툰 팬덤을 위한 태피툰 공식 굿즈숍으로, 2024년 론칭 이후 단행본 구매자를 굿즈 소비자로 유입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어니스트 우(Ernest Woo) 콘텐츠퍼스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트래픽 경쟁이 치열한 북미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단행본과 한정판 굿즈의 결합은 단순한 부가 사업이 아닌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미에서는 웹툰 굿즈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태피툰만의 큐레이션과 현지화 출판·유통 노하우를 접목하면 새로운 IP 수익 모델로서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